쿠팡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봐주기’
논란
회사는 불법 변경, 노동부는 절차‧내용 확인도
안 해
쿠팡 시정지시 미이행에도 형사처벌 없어 …
퇴직금 체불 신고 237건 넘지만 기소는
‘0건’
- 피해자들 “취업규칙 변경시 설명과 토론 등 없어 … 내용도 모른 채 동의서에 서명” 증언
- 쿠팡CFS, 근로기준법‧퇴직급여법 위반 의혹 … 노동부, 설명회 사진, 취업규칙 변경 대조표조차도 보유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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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양신문=박진영기자]쿠팡이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일용직 근로자 퇴직금 지급을 하지 않도록 내부 규정을 변경하는 동안 고용노동부는 불이익 변경 여부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적정’ 승인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불이익 변경 요건 확인 절차도 없이 승인을 내준 고용노동부에 ‘쿠팡 봐주기’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이 10일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지난해 취업규칙 변경 심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퇴직금 지급대상을 대폭 축소하는 불이익 변경임에도 노동부는 변경 내용조차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부실심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는 취업규칙 변경 심사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관련법령(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등)에 저촉되는지 △변경신고된 취업규칙이 전반적으로 근로자에게 불리한지 △불이익변경인 경우, 과반수 노동조합(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구했는지 등 내용과 절차상 요건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지난해 5월
쿠팡CFS 취업규칙 변경 심사보고서
해당 취업규칙 변경은 퇴직급여법 위반 소지가 있음에도 구체적 검토 없이 ‘적정’ 승인했다(붙임1. 1-가). 퇴직금 지급대상을 축소하는 불이익 변경임에도 ‘불이익’이 없다고 봤으며(1-마), 불이익 변경인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 청취(2-가)’를 넘어 ‘동의(2-나)’ 여부까지 확인해야 함에도 의견 청취만 확인한 것으로 기재했다(2-가).
심지어 위의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준수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설명회 사진이나 기본적인 취업규칙 변경 대조표조차 보유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의원실의 자료제출 요구에 ‘자료가 없다’며 변경 대조표 등 자료를 급조해 보고했다.
쿠팡CFS는 지난해 5월 일용직 근로자 퇴직금 지급 규정을 변경해 ‘1년 이상 근무했더라도 4주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 기간이 포함되면, 근로기간이 다시 0에서부터 시작’되도록 해 퇴직금을 받을 수 없게 했다.
<2021.7.1.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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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5. 26.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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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조 [퇴직금]
① 회사는 사원의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퇴직급여를 지급한다.
② 제1항의 계속근로기간을 산정할 때에는 퇴직일로부터 역산하여 근로자의 4주간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기간을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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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조 [퇴직금품]
① 사원이 일용직으로 최초 근로한 날로부터 마지막으로 근로한 날까지의 기간이 1년 이상이고, 해당 기간 동안 4주 평균하여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경우 퇴직금품 지급 대상이 되며, 구체적인 사항은 회사가 별도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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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2023년 개정 전‧후 취업규칙>
이는 ‘4주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기간이 있더라도 그 기간을 제외하고 1년 이상 일했다면 일용직 근로자라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과 대법원 판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같은 불이익 변경에도 쿠팡CFS측 역시 △노동자 대상 설명 △찬반의견 교환 △ 집단적 동의에 대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근무했던 일용직 근로자들은 “취업규칙 변경시 설명과 토론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일용직 근로자들이 출근하기 위해서는 성희롱 등 필수교육 이수 서명을 해야 하는데, 그때 내용도 모른 채 (취업규칙 변경) 동의서에 서명해야 했다”고 진술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르면 이를 위반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올해 3월 ‘일용직 근로자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노동부 시정지시를 쿠팡CFS측이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의원실의 ‘시정지시 및 조치 현황’ 제출 요구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 회사명을 오기재하거나, 협의 없이 기간을 제한해 작성하는 방식으로 몇 차례나 ‘노동부가 쿠팡CFS에 시정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자료를 제출하며 시정지시를 내린 것조차 은폐했다. 노동부의 ‘쿠팡 봐주기’ 의혹이 이는 이유다.
쿠팡 계열사를 대상으로 고용노동부에 진정 및 신고돼 행정종결된 사건만 671건으로, 이 중 237건이 퇴직금 미지급 신고건이다. 그러나 이 중 형사처벌을 받은 건은 ‘0건’이다.
김주영 의원은 “쿠팡측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퇴직급여법이 보장한 당연한 권리를 박탈시켰고 이를 제대로 심사하고 시정을 요구해야 할 고용노동부는 부실심사로 동조했다”며 “고용노동부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심사 태만, 위법행위 방조, 국회를 대상으로 한 진실 은폐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